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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2018 평창동계올림픽

평창일기 Day 10 : 현장에서 본 사진기자 (2018년 2월 16일)

기사를 송고하는 기자, 녹음한 인터뷰를 듣는 기자, 촬영한 사진을 편집하는 기자까지, 그들의 모습을 보면 자연스레 조심스럽게 된다. 매일 감탄하면서 그들을 지켜본다. 많이 대화하며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얘기하고 친해지고 싶지만, 영어 실력이 부족할 뿐더러 존경스러워서 쉽게 다가가진 못한다. 그래도 롤모델이기 때문에 그들의 모습을 보고 기록했다.

기자들이 현장에 오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VMC(Venue Media Centre)다. 미디어 센터는 경기장, 올림픽 스타디움, 메달 플라자 등 핵심 거점마다 설치되어 있다. 각종 안내는 물론 네트워크와 간식이 준비되어 있어 기자들이 항상 머무는 장소다. 미디어센터에는 다양한 언론인이 찾아온다. 취재 기자부터 사진 기자, 포토 테크니션, 방송 기자, 카메라맨까지 다양하다.

VMC는 행사 3시간 전쯤 여는데, 정말 빠른 기자는 그 시간에 일찌감치 방문한다. 센터가 열리자마자 들어오는 셈이다. 사진 기자가 대다수인데 이들은 항상 무거운 촬영 장비를 가방 가득 갖고 다닌다. 이들은 오자마자 사물함을 빌리고 본인의 자리를 선점한다. 센터 안에는 수십 개의 자리가 있어 걱정이 없지만, 포토 포지션은 자리가 넉넉하지 않아 미리 신청해야 한다.

각 경기장과 베뉴마다 다르지만 포토 포지션은 여러 종류가 있다. 이 중에서도 잘 찍히는 위치가 있다. 가장 좋은 자리는 신청하고도 배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우선권을 가진 AFP, 로이터 등이 선점한 뒤 시상 국가별로 담당자가 남은 포지션을 배정한다. 원하는 자리를 꼭 얻기 위해 담당자와 친해지는 기자들도 있고, 게시판의 안내를 제대로 보지 않아 뒤늦게 도움을 청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시상식이 시작하면 자국 선수의 수상 순서에 따라 기자들이 밖으로 나간다. 카메라 두 개를 갖고 나가는 기자도 있다. 초점거리가 짧은 카메라는 옆으로 메고 망원렌즈를 착용한 카메라는 모노포드를 이용해 촬영한다. 선수의 모습 하나라도 놓칠까 시상식 내내 수백 장의 사진을 찍는다. 한켠에 노트북까지 펴고 실시간으로 사진을 전송하는 기자도 보였다.

대회 기간 내내 엄청난 추위가 이어졌지만, 기자들은 본인의 역할을 끝까지 해냈다. 엄청난 눈보라에도 자리를 지켰고 바람이 거세지면 꽁꽁 싸매면서 추위를 견뎠다. 이들이 이런 열정으로 취재하기에 우리가 지구 반대편의 사진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멀리에서 메달리스트의 사진을 보며 행복해할 외국인들의 모습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