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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2018 평창동계올림픽

평창일기 Day 8 : 슬라이딩 센터 (2018년 2월 14일)

휴무일인 오늘은 올림픽 슬라이딩센터로 향했다. 대한민국의 기대주인 윤성빈은 내일 경기하지만, 이와 상관없이 경기장을 둘러보고 경기장의 분위기를 느껴보기 위해 이날 루지 경기를 보러 갔다. 경기 시작 시간은 오후 8시 20분. 주요 방송사인 미국의 NBC의 입김 때문인지 상당히 늦은 시간에 경기가 시작된다. 경기 전에 딱히 할 게 없어서 올림픽 플라자에서 먼저 공연을 보고 몇 가지 체험을 했다.

올림픽 슬라이딩센터로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올림픽플라자에서 TS-7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걸렸다. 버스에는 외국인도 많이 타고 단체관광객도 있었다. 모두 자국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평창을 찾았다. 버스는 대회 전부터 지적된 것처럼 별다른 안내가 없었다. 단지, 운전 기사가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 도착했다라고 직접 말해준다.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적응했는지 잘 타고 내렸다.

내린 장소에서 슬라이딩센터까지는 거리 꽤 있다. 입장하는 곳까지 5분 정도 걸어간 뒤, 매표소에서 표를 사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등산길이 시작된다. 높이가 필요한 경기장이다보니 높은 곳에 위치했는데, 관중석까지 가는 데 꽤나 먼 거리를 걸어야 한다. 먼저 경사가 가파른 아스팔트 길을 지나면 식당과 5G ICT ZONE, 화잘실이 보인다. 여기서 한 숨 돌린 뒤 다시 올라가야 한다. 경기장 입구로 들어서자 경사가 가파르고 나선형의 길이 나타나는데, 약간 어지럽기도 하다. 지금까지 그 어떤 경기장보다 가기 어려웠다고 단언한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왼쪽과 오른쪽으로 길이 나뉘어진다. 왼쪽은 코스 중간 지점, 오른쪽은 도착 지점으로 가는 길이다. 곳곳에 매점과 대형관중석이 있어 쉴 수 있으나 입석 티켓은 접근이 불가하다. 하지만 좌석이 없어도 경기는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난간에 가까이 붙어 선수들의 경기를 눈앞에서 바라본다. 주로 도착 지점에 많은 팬들이 모였는데 오스트리아에서 온 팬들이 자국 선수를 열정적으로 응원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경기장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는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종목인 만큼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찾은 사람이 대다수였다. 기념 사진을 찍은 뒤엔 선수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핸드폰 카메라로 여러 번 시도하지만 대부분은 쉽사리 사진을 찍지 못한다. 연사 모드와 동영상, 슬로우 모션까지 총동원해서 선수의 모습이 찍히자 기뻐했다.

슬라이딩 코스는 정말 길었다. 썰매의 초반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지만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급격히 빨라졌다. 회전 코스에서는 날아갈 듯이 얼음판을 미끄러져갔고 직선코스에서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선수들이 빠른 속도로 내려가기에 방송으로 느낄 수 없었지만, 코스가 정말 길었고 무조건 내려가는 코스가 아니라 다시 올라가는 코스가 있다는 것도 직접 볼 수 있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면 스타트 지점으로도 올라갈 수 있다. 웬만한 산만큼 경사가 큰 길에 거리도 800m 가까이 돼서 마음먹고 출발해야 한다. 돌아올 때 역시 걸어와야 하기 때문에 편하게 보려면 아래쪽에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때문인지 위쪽은 사람이 많지는 않다.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스타트 지점까지 올라갔으나 루지 경기와 봅슬레이 경기의 스타트 지점이 달라 정상에 올라가도 경기를 볼 수 없었다. 자원봉사자가 한 명이 관중들을 돌려보냈지만 사전에 안내가 없어 많은 사람들이 헛걸음을 했다.

대한민국 선수들도 선전했지만 순위가 점점 밀리자 관중들이 하나 둘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늦은경기 시작 탓에 교통 걱정에 조금 일찍 자리를 떴다. 돌아가는 버스에는 주로 다른 베뉴의 근무자들이 탔는데, 그곳에서 짧은 시간이나마 좋은 사람을 만났다. 이번 올림픽을 위해 런던에서 온 외국인이었는데, 한 베뉴의 매니저로 근무한다고 했다.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며 자원봉사자인 나에게 “자원봉사자는 정말 소중한 존재예요. 그들이 없으면 올림픽이 있을 수도 없죠. 올림픽을 즐기고 돌아갔으면 좋겠어요!”고 말했다. 부족한 영어 실력 탓에 깊은 얘기는 나누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었다. 여러모로 새로운 일이 가득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