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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2018 평창동계올림픽

평창일기 Day 12 : 메달 플라자의 뒷편, 믹스트존 (2018년 2월 18일)

설 연휴 마지막 날. 전날처럼 교통 체증은 없었다.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 속에 평소보다 일찍 출발했으나 근무 시간 2시간 전쯤 도착했다. 비교적 한가할 거란 생각은 잠시, 플라자가 가득찰 정도로 수많은 사람이 구경왔다. 슈퍼 스토어 앞은 긴 줄이 늘어섰고 모든 곳에 명절 분위기가 가득했다.

오늘은 믹스트존에서 근무했다. 보안이 엄격한 편이다 보니 사진도 조심스레 한 장만 촬영했다. 믹스트존의 조명은 아주 밝다. 선수들은 시상식을 마친 뒤 'ㄹ'자 형태로 된 길을 따라 이동하는데, 이 과정에서 인터뷰를 한다. 먼저 올림픽 주관 방송사에서 우선권을 갖고 차례대로 다른 방송사들이 인터뷰 기회를 얻는다. 밝은 곳에선 방송 인터뷰를 하고 어두운 곳에선 사진 촬영이나 지면 인터뷰를 한다. 사진 기자들은 좋은 사진을 건지려고 치열한 자리 싸움을 벌이며 취재 기자는 녹음기를 밀착하며 질문을 던지는 숨막히는 곳이다.

이날은 9개의 시상식이 예정된 날이었는데, 평소보다 조금 많은 편이었다. 이 정도면 7시에 시작하는 메달 수여식이 8시 반이 넘어서야 끝난다. 시상식 한 시간 전부터 방송사 관계자들은 대기한다. 마이크와 카메라를 설치하고 어떤 질문을 할 지 서로 얘기하며 기다린다. 20분을 앞둔 시간엔 5~6개의 방송사가 모두 준비를 마친 상태다. 시상식 4분 전, OBS 공식 방송이 믹스트존 내부 TV에 송출된다. 이때부터 시상식 뒷편은 긴장감이 감돈다.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포토존에서 촬영하던 사진 기자들이 몰려온다. 눈대중으로 방송 기자는 30여명, 취재 기자와 사진 기자는 각 15명이었다. 방송 구역과 취재 구역이 따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관리도 필요하다. 방송에는 카메라 플래시와 셔터음이 섞이면 안 되기 때문에 사진 기자를 경계한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안내를 해도 제지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선수들은 방송과 취재 구역을 지나게 되면 도핑 센터로 곧바로 들어간다. 믹스트존과 도핑 센터 연결구 쪽에는 일반인들이 선수를 구경하기 위해 모이기도 한다.

자국에서 열리기에 많은 기자가 있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한국 기자는 많이 오지 않는다. 경기장에서 간단한 시상식을 하는데, 그때 사진을 전부 찍는 것인지 5명이 오면 많이 오는 편이다. 오히려 외국 기자가 훨씬 많다. 특히 노르웨이와 캐나다 선수를 많이 촬영하는데 이들은 메달도 많이 딸 뿐더러 사진기자, 취재기자까지 겹치다보니 통제가 어렵다. 기자들의 성격은 모두 제각각이다. 몇몇 기자들은 통제에 잘 따라주는 반면, 몇몇 기자들은 막무가내로 나선다. 자원봉사자의 통제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매니저급 직책을 가진 자가 나와야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오늘 믹스트존엔 한국 방송 취재진 5명과 한국 기자 3~4명이 왔다. 그 중 한 명은 국내 통신사 소속의 기자였다. 그 분은 내게 가볍게 인사를 건네셨는데, 눈치 없이(?) 내가 계속해서 말을 건넸다. 빙상 종목을 주력으로 하는 그는 서이라 선수와 최민정 선수의 인터뷰를 따기 위해 강릉에서 평창까지 왔다고 했다. 현재는 정치부 기자지만 과거 스포츠부에서 활약했던 경험을 살려 이번 올림픽에 파견왔다고 한다. 내겐 너무 멋있었다. 도쿄 하계올림픽과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는 꼭 현장에 가겠다는 각오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