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 평창을 거쳐 원주까지 무거운 짐을 끌고 다니면서 피곤할 법도 했지만 지쳐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다. 낯선 침대여서일까. 잠이 쉽게 들지 않았는데 더군다나 난방도 바닥부터 따뜻해지는 구조라서 발 쪽에 살짝 냉기가 돌았다. 분명 이쪽 숙소는 난방이 잘 된다고 했는데 자꾸 신경 쓰여서 결국 양말을 신고 잤다. 잘 자긴 했는데 살짝 추워서였는지 컨디션이 썩 좋지많은 않았다.
일어나자마자 물을 마시고 샤워를 했다. 이 곳은 씻으려면 공용 샤워실로 가야 한다. 숙소마다 편차가 꽤나 큰데, 같은 장소더라도 옛 건물인지, 신축 건물인지에 따라 시설이 많이 다르다. 내가 머무는 곳은 지어진 지 꽤나 된 건물이기에 방에 따로 화장실이 없다. 그래도 온수는 넘칠 만큼 잘 나왔다. 전날 춥게 자서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조식은 8시부터 9시 30분까지. 넉넉한 시간이라 느지막히 일어나도 아침을 먹을 수 있다. 우려와 달리 이곳의 식사는 만족스럽다.사진에 나와있는대로 푸짐하게 나온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학식보다 꽤 괜찮고 잘 나온 급식이 적당한 표현이라고 느낀다. 매 끼니 고기 또는 생선, 채소, 김치에 과일이나 유제품 같은 디저트까지 나오니 식단 자체로는 나무랄 데 없다. 1,000명 이상의 식사를 제공하지만서도 음식의 맛도 괜찮아 왠만하면 거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의 일정은 아무 것도 없었다. 휴무일. 어떤 봉사자는 시내로 놀러가고 또 다른 봉사자는 강릉이나 원주로 가서 직접 경기를 본다. 일주일 전부터 대회를 준비해온 근무자는 오랜만의 휴식인지 하루종일 푹 쉬기도 한다. 숙소 분위기는 꽤 조용하다. TV를 볼 수 있는 곳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카운터에서 보드게임을 대여해줘 봉사자끼리 친목을 다지기도 한다. 나는 어제 도착하고 아직 정리가 덜 된 부분이 있어 이를 마저 마쳤다.
28인치 캐리어에 크게 담아왔지만 정작 와보니 놓고 온 물건이 꽤 있었다. 공용 샤워실을 쓰기에 슬리퍼와 샤워 바구니가 없으면 불편해 하나씩 구매했다. 화장지와 비누는 숙소에서 항상 리필해주기에 샴푸나 바디워시, 치약만 챙기면 생활에 큰 문제는 없다. 수건도 처음에 2개를 지급해주는데, 원할 때마다 교환할 수 있어 따로 빨래를 할 필요는 없다.
휴무일의 시간은 생각보다 천천히 흐른다. 룸메이트도 아직 오지 않아서 홀로 지내고 있는데 노트북이나 핸드폰이 없다면 딱히 할 것도 없어 낮잠을 자거나 가볍게 산책을 나가기도 한다. 숙소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이 숙소는 헬스장과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헬스장은 요금을 지불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주로 중년의 남성들이 이용하고 간간히 젊은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도서관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 이용해도 좋아 보인다.
개막식은 내일이지만 오늘부터 대회가 시작됐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로는 컬링 2경기와 스키점프가 있었는데, 앞으로 경기 수가 많아지면 여럿이서 경기를 보고 같이 야식을 즐기는 모습도 늘어날 거라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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