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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2018 평창동계올림픽

평창일기 Day 2 : 휴무일의 숙소 (2018년 2월 8일)


진부, 평창을 거쳐 원주까지 무거운 짐을 끌고 다니면서 피곤할 법도 했지만 지쳐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다. 낯선 침대여서일까. 잠이 쉽게 들지 않았는데 더군다나 난방도 바닥부터 따뜻해지는 구조라서 발 쪽에 살짝 냉기가 돌았다. 분명 이쪽 숙소는 난방이 잘 된다고 했는데 자꾸 신경 쓰여서 결국 양말을 신고 잤다. 잘 자긴 했는데 살짝 추워서였는지 컨디션이 썩 좋지많은 않았다.


일어나자마자 물을 마시고 샤워를 했다. 이 곳은 씻으려면 공용 샤워실로 가야 한다. 숙소마다 편차가 꽤나 큰데, 같은 장소더라도 옛 건물인지, 신축 건물인지에 따라 시설이 많이 다르다. 내가 머무는 곳은 지어진 지 꽤나 된 건물이기에 방에 따로 화장실이 없다. 그래도 온수는 넘칠 만큼 잘 나왔다. 전날 춥게 자서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조식은 8시부터 9시 30분까지. 넉넉한 시간이라 느지막히 일어나도 아침을 먹을 수 있다. 우려와 달리 이곳의 식사는 만족스럽다.사진에 나와있는대로 푸짐하게 나온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학식보다 꽤 괜찮고 잘 나온 급식이 적당한 표현이라고 느낀다. 매 끼니 고기 또는 생선, 채소, 김치에 과일이나 유제품 같은 디저트까지 나오니 식단 자체로는 나무랄 데 없다. 1,000명 이상의 식사를 제공하지만서도 음식의 맛도 괜찮아 왠만하면 거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의 일정은 아무 것도 없었다. 휴무일. 어떤 봉사자는 시내로 놀러가고 또 다른 봉사자는 강릉이나 원주로 가서 직접 경기를 본다. 일주일 전부터 대회를 준비해온 근무자는 오랜만의 휴식인지 하루종일 푹 쉬기도 한다. 숙소 분위기는 꽤 조용하다. TV를 볼 수 있는 곳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카운터에서 보드게임을 대여해줘 봉사자끼리 친목을 다지기도 한다. 나는 어제 도착하고 아직 정리가 덜 된 부분이 있어 이를 마저 마쳤다.


28인치 캐리어에 크게 담아왔지만 정작 와보니 놓고 온 물건이 꽤 있었다. 공용 샤워실을 쓰기에 슬리퍼와 샤워 바구니가 없으면 불편해 하나씩 구매했다. 화장지와 비누는 숙소에서 항상 리필해주기에 샴푸나 바디워시, 치약만 챙기면 생활에 큰 문제는 없다. 수건도 처음에 2개를 지급해주는데, 원할 때마다 교환할 수 있어 따로 빨래를 할 필요는 없다.



휴무일의 시간은 생각보다 천천히 흐른다. 룸메이트도 아직 오지 않아서 홀로 지내고 있는데 노트북이나 핸드폰이 없다면 딱히 할 것도 없어 낮잠을 자거나 가볍게 산책을 나가기도 한다. 숙소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이 숙소는 헬스장과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헬스장은 요금을 지불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주로 중년의 남성들이 이용하고 간간히 젊은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도서관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 이용해도 좋아 보인다.


개막식은 내일이지만 오늘부터 대회가 시작됐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로는 컬링 2경기와 스키점프가 있었는데, 앞으로 경기 수가 많아지면 여럿이서 경기를 보고 같이 야식을 즐기는 모습도 늘어날 거라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