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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해외축구

월드컵으로 하나된 파나마와 페루

파나마와 페루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라틴아메리카의 두 국가는 월드컵을 앞두고 하나됐다.

지난 16일(한국 시간) 페루가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하며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는 32개 국가가 결정됐다. 페루는 이날 대륙간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뉴질랜드를 2-0으로 꺾고 1, 2차전 합산 스코어 2-0으로 러시아행 막차에 탑승했다.


36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오른 페루 축구 국가대표팀ⓒ 페루축구협회 트위터


힘든 여정이었다. 남미 지역 예선에서 7승 5무 6패로 승점 26점을 획득한 페루는 칠레(8승 2무 8패)와 승점이 같았지만 득실차(페루 +1, 칠레 -1)에서 앞서 5위로 대륙간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뉴질랜드 역시 만만치 않았다. 11일 원정에서 치른 1차전을 득점 없이 0-0으로 마쳤다. 그러나 페루는 리마로 돌아와 완승을 거두며 1982 스페인 월드컵 이후 36년만의 월드컵 진출을 이뤘다.

오랜만에 월드컵 무대에 서게 된 페루는 열광의 도가니였다. 페루의 헤페르손 파르판(33ㆍ로코모티프 모스크바)이 선제골을 넣은 그 시각, 사람들의 환호 속에 지진 알림 앱 '시스모 데텍토르'가 오작동하기도 했다. 또한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대통령은 트위터에 "새로운 월드컵을 35년 동안 기다렸다. 우리에게 행복을 준 전사들에게 감사하다"며 1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월드컵 진출을 열렬히 바라 온 파나마 축구ⓒ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 파나마 대통령 트위터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 드라마를 연출한 팀은 페루 뿐이 아니다. 그동안 월드컵에 단 한 번도 나오지 못한 파나마는 지난 10월 새로운 역사를 썼다. 3.5장이 주어진 북중미 지역 예선을 극적으로 통과했다. 예선 마지막 날 4위에 처진 파나마는 승점 3점을 획득하지 못하면 본선 진출이 좌절되는 상황이었다. 북중미 강호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전반까지 0-1로 뒤졌으나, 후반 8분 동점골에 이어 종료 직전 로만 토레스(31 ㆍ시애틀 사운더스)의 역전골이 터지며 승리를 거뒀다. 미국과 온두라스를 제치고 3위(3승 4무 3패 승점 13)로 올라선 파나마는 1978년 월드컵 예선 참가 이후 40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첫 선을 보인다.

사상 첫 월드컵 진출에 파나마 역시 들썩였다. 파나마가 코스타리카를 꺾은 10월 11일,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 대통령은 "400만 파나마인의 꿈이 이뤄졌다. 그들이 역사를 썼다"고 기뻐했다. 이어 그는 "이날을 파나마를 위한 역사적인 날로 기념하겠다"며 다음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고 자축했다.


페루에게 지지 의사를 밝힌 파나마축구협회ⓒ 파나마축구협회 트위터


긴 기다림 끝에 월드컵에 오른 두 팀 사이에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월드컵을 앞두고 두 국가는 서로를 응원했다. 페루 유력지 엘 코메르시오(El Comercio)에 따르면 파나마는 플레이오프를 앞둔 페루에게 열렬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확인 결과 FEPAFUT(파나마 축구협회)는 11일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형제의 나라 페루가 뉴질랜드 전에서 월드컵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두기를 원한다. 파나마는 너희와 함께 한다!"는 글을 올려 페루에 성원을 보냈다.

축구협회의 공식 응원에 양팀 축구 팬도 움직였다. 파나마의 한 축구팬이 "월드컵에서 페루의 국기를 보고싶다"며 페루를 응원하자 페루의 축구팬도 감사 인사와 함께 파나마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두 국가는 1,440개의 리트윗을 통해 서로를 응원하고 라틴아메리카는 하나라는 마음을 공고히 했다.

월드컵 본선 티켓을 먼저 확정짓더라도 주변국을 응원하는 것은 드문 상황. 더군다나 아시아의 한국, 중국, 일본의 관계로 생각하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관계다. 그러나 파나마는 의리를 저버리지 않았고 페루도 과거의 나빴던 관계를 뒤로 하고 반겼다. 2,000킬로 미터의 먼 거리에도 두 나라는 마음을 모았다. 라틴아메리카가 축구로 하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