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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2018 평창동계올림픽

평창일기 Day 19 : 화려한 폐회, 씁쓸한 작별 (2018년 2월 25일)

폐회식을 마지막으로 17일의 축제가 막을 내렸다. 빛나는 조명 아래 멋진 공연이 연출됐고, 눈앞에선 거대한 불꽃이 화려하게 터졌다. 겉으론 화려한 마무리로 보였다. 그러나 이 행사가 누군가에겐 작별을 의미했다.



평창동계올림픽 마지막날, 기회가 생겨 자원봉사자가 아닌 관람객으로 폐회식을 즐기게 됐다. 수차례 다녀갔던 평창올림픽플라자였지만, 마지막인만큼 다르게 접근하고 싶어 기차를 이용했다. 맨 처음 서울에서 이곳 평창에 왔을 때처럼 원주에서 진부역으로 기차를 타고 향했다. 기차를 타고 오니 역시 기대감에 가득 찼던 그날이 떠올랐다. 그날과 달라진 게 하나 있다. 며칠 사이에 진부역엔 새로운 명소가 생겼다. 평창동계올림픽 박물관이 역사 한쪽에 마련됐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과거는 물론 수호랑과 반다비의 앙증 맞은 모습까지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올림픽 플라자 인근에 도착하자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수많은 경찰 인력이 돌아다녔고, 소음도 평소보다 두 배는 더 컸다. 사람들이 향하는 곳은 단 한 곳이었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들끼리 올림픽 스타디움으로 손을 잡고 들어갔다. 추운 날씨 탓에 비니를 쓴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8시가 되자 폐회식장의 좌석이 많이 채워졌다.



폐회식은 카운트다운을 시작으로 거문고 연주가 펼쳐졌다. 하늘에서는 기원의 탑이 내려와 한국의 멋을 뽐냈다. 6분 동안 퍼진 웅장한 거문고 소리는 관중을 흠뻑 매료시켰다. 이어서 선수단이 입장하고 메달 수여식이 열렸다. '설원의 마라톤' 크로스컨트리 메달리스트가 시상대에 올라서고 화면에는 그들의 역주 장면이 보여진다. 스포츠의 감동을 그대로 전해지는 순간이다.

자원봉사자에게 감사 인사도 전해졌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자원봉사자를 거듭 강조하며 "그들이 있었기에 대회가 잘 치러질 수 있었다. 정말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눈꽃의 인사'라는 콘셉트로 다섯 아이들이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아이들의 작별 인사와 함께 17일간 평창을 밝히던 성화도 꺼졌다. 그렇게 끝이 났다.

폭죽이 화려하게 터졌다. 다양한 언어로 다음 올림픽을 기약하는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사람들이 줄지어 나간다. 기대보다 못한 공연 때문인지 아니면 마지막이라 아쉬워서인지 보다 조용히 폐회식장을 나섰다. 불꽃이 터졌지만 좋은 의미로 다가오진 않았다. 단지 마지막을 포장한다는 느낌이 전부였다.

자정이 넘은 시각, 숙소로 가는 마지막 버스를 탑승했다. 이날 올림픽플라자에서 떠나는 마지막 셔틀버스다. 끝까지 남은 근무자는 8명 뿐. 배차 관리 직원이 버스를 둘러본 뒤 "조심히 올라가세요"라고 말하며 내린다. 문이 닫히자 한 여학생이 눈물을 흘린다. "아, 눈물 나..." 보름을 보내는 동안 누군가에겐 이곳이 집보다 정든 공간이 됐던 것일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