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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2018 평창동계올림픽

평창일기 Day 17 : 컬링으로 하나된 귀가 버스 (2018년 2월 23일)

폐막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모든 일에 숙달된 만큼 특별한 일이 생기진 않는다. 오늘은 한국 대표팀 여자 컬링 경기가 있었다.

10시 15분쯤 출발한 귀가 버스는 일을 끝내고 피곤한 사람들로 가득 찼다. TV에는 컬링이 틀어져 있었다. 8엔드 한국이 앞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평소였으면 다들 곧바로 잠들 시간이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달랐다. 컬링 선수들이 결승행을 놓고 중요한 경기를 갖자 모두가 집중하며 지켜봤다. 8엔드 1점을 내며 마치자 아쉬움이 터져나왔다. 물론 선수들을 격려하며 그래도 잘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버스가 위성TV로 수신하다보니 터널을 지날 때는 화면이 멈췄는데, 모든 이들이 한 장면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터널에 들어갈 때마다 여학생들의 탄성 소리가 들렸다. 모든 사람이 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절정은 10엔드였다. 마지막 스톤에 따라 연장으로 가냐, 한국이 이기냐가 결정되는 상황을 맞이했다. 한국은 10엔드에서 승부를 내지 못했다. 모두가 탄식했다. 미세한 차이로 이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연장전, 승부는 마지막까지 치열했다. 초반 한국은 실수했지만 중반에 좋은 샷으로 기회를 만들었다. 버스의 모든 사람들은 빨리 숙소에 도착하기보다 경기를 다 보고 내리겠다는 마음이 우선이었다. 남은 스톤은 각 1개씩. 일본이 마지막 스톤을 절묘하게 치면서 남은 하나에 모든 것이 달렸다. 버스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이번에 이기면 3월부터 매주 예배 갈게요." "이렇게 잘 하는데 왜 그동안 몰랐지?" 수많은 기도와 감탄이 버스를 휘감았다.

모두가 숨죽이던 순간 김은정의 스톤이 절묘하게 들어갔다. 대한민국의 승리다. 웬만한 아이돌이 올 때만큼의 함성 소리가 퍼졌다. 버스 안의 40명이 동시에 환호한 날이다. 근무 때문에 정작 올림픽을 즐기지 못한 자원봉사자들이 많았는데, 폐막을 앞두고 컬링 대표팀이 큰 기쁨을 전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