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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테니스

정현의 테니스는 이제 시작이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지난 20일, 정현(21ㆍ세계랭킹 58위)은 호주 오픈 16강에 오른 뒤 포부를 밝혔다. 개인 첫 그랜드슬램 16강, 한국 선수 최초 호주 오픈 16강 등극이라는 기록을 썼지만 정현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22일, 그 약속을 지켰다. 정현이 노박 조코비치(31 ㆍ세르비아 ㆍ14위)를 꺾고 한 단계 더 나아갔다.


3-0. 2년 전, 정현은 호주 오픈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프로 데뷔 3년차로 접어들며 이름을 차차 알리던 그는 1라운드부터 조코비치를 만났다. 열정적이고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조코비치는 정현의 롤모델이었다. 당시 세계 랭킹 1위였던 조코비치를 상대로 정현은 3-0으로 완패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상황이 뒤바뀌었다. 비록 부상에서 회복된 지 얼마 안 된 조코비치라지만, 정현은 자신의 롤모델을 3-0으로 완벽히 꺾었다.


경기 초반부터 정현이 앞서나갔다. 베이스라인을 벗어나지않고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는 전략으로 나섰고, 조코비치는 계속해서 에러를 범했다. 그러나 조코비치도 쉽지 않은 상대였다. 1세트 정현은 4-0까지 앞섰지만, 조코비치가 타이브레이크까지 끌고 갔다. 예전 같았으면 세트를 내주며 경기를 끌려갔겠지만, 2년 사이 정현은 성장했다.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 강인하게 버텼고 결국 세트를 따냈다.


2년 전 맞대결에서 정현은 조코비치의 서브를 막지 못했다. 10개의 서브 에이스를 허용하고 15점밖에 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은 대처가 적절했다. 리턴 포인트에서 58-56으로 오히려 앞섰다. 당시엔 부족했던 네트 플레이도 미리 알아채며 빠르게 대응했다. 경기가 길어질수록 정현은 힘을 냈다. 랠리가 길어지면 점수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두 사람의 접전 속에 코트의 분위기는 뜨거워졌다. 호주 오픈의 황태자 조코비치와 떠오르는 신예 정현의 대결은 모든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그리고 정현은 그 순간을 즐겼다. 2년이라는 기간 동안 경험을 쌓으며 큰 무대에 익숙해졌다. 멋진 샷으로 분위기를 가져오면 관중의 환호를 유도했다. 앞서 32강 온코트 인터뷰에서 “조코비치와 만나면 그 경기를 마음껏 즐기고 싶다”고 말한 것처럼 무대를 마음껏 누볐다.


이틀 전, 정현은 만 21세의 나이로 그랜드슬램 16강에 진출하며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썼다(종전에는 만 24세의 이형택이 US오픈 16강에 진출했다). 그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한국 선수 최초로 그랜드슬램 8강에 올랐다. 정현은 성장했고 지금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경기가 끝난 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